
언어폭력 예방교육은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알려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말하기 습관을 돌아보고 친구와의 차이를 이해하며,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직접 연습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내 말하기 방식은 어떨까’는 이러한 관점에서 자신의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구성한 참여형 언어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이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80~100분 동안 운영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자기점검과 비교 활동, 상황별 대화 연습을 통해 자신의 언어생활을 스스로 돌아보는 데 초점을 둔다.
자기점검으로 살펴보는 ‘나의 말하기 방식’
프로그램은 평소 자신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는 자기점검 활동에서 출발한다. 학생들은 40문항으로 구성된 자료에 응답하며 친구와 의견이 다르거나 불편한 상황,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이 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돌아본다.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평소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자신의 말투와 행동, 감정 표현 방식을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
자기점검과 함께 사티어의 의사소통유형에서 제시하는 회유형·비난형·초이성형·산만형·일치형의 특징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상대에게 지나치게 맞추거나 상대의 잘못을 먼저 지적하는 반응, 감정보다 논리를 앞세우는 태도, 불편한 상황에서 대화의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모습 등 갈등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반응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생각해본다.
이때 의사소통유형은 학생의 성격이나 인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도 상황과 관계에 따라 여러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유형으로 자신이나 친구를 규정하기보다 ‘나는 갈등이 생겼을 때 주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가’를 이해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와 나는 왜 다를까…차이를 이해하는 과정
자신의 대화 방식을 살펴봤다면 다음에는 친구와의 차이에 주목한다. 자기점검 결과를 비교하면서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감정과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는 활동이다.
같은 갈등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자신의 의견을 쉽게 말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맞추려 할 수 있다. 반대로 목소리가 커지거나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불편한 상황을 농담으로 넘기거나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는 반응도 나타날 수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차이를 살펴보면서 자신의 방식만을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나와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곧바로 ‘틀렸다’고 받아들이기보다 사람마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다만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의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비난이나 조롱, 모욕처럼 상대를 공격하는 표현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지나치게 억누르는 대화 습관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과 ‘상대방을 존중하며 말하는 것’을 구분하면서도 서로 연결해 생각하도록 한다.
비난 대신 내 마음을 말하는 ‘일치적 의사소통’

자신과 친구의 차이를 살펴본 뒤에는 학생들이 함께 지향할 수 있는 대화 방식으로 ‘일치적 의사소통’을 연습한다.
일치적 의사소통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자신과 상대, 현재의 상황을 함께 존중하는 방식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무조건 참는 것도, 반대로 상대에게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것도 아닌 대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말의 내용뿐 아니라 표정과 목소리,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도 함께 살펴본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표정이나 목소리에서는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처럼 말과 비언어적 표현이 서로 어긋나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다.
대화 연습에서는 학생들이 일상에서 경험할 만한 구체적인 갈등 상황을 활용한다. 핵심은 상대를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표현을 자신의 감정과 바람을 전달하는 말로 바꿔보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았을 때 “너는 왜 맨날 그래?”라고 말하는 대신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아서 기다리는 동안 속상했어. 다음에는 늦을 때 미리 알려주면 좋겠어”라고 표현해볼 수 있다.
두 표현 모두 불편한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전달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상대방 자체를 평가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설명하고, 앞으로 상대에게 바라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문장을 그대로 외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나거나 속상했는지 먼저 알아차리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며, 상대에게 원하는 행동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상대방의 설명을 듣는 과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연습은 갈등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때, 친구와 생각이 다를 때, 원하지 않는 부탁을 거절해야 할 때도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하지 마’에서 ‘어떻게 말할까’로
‘내 말하기 방식은 어떨까’ 프로그램의 흐름은 ‘자기 이해–다름의 인정–존중하는 대화 연습’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의 말하기 습관을 점검하고,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그다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실제 상황을 통해 연습한다. 자신의 언어생활을 돌아보는 것에서 출발해 관계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화의 대안을 찾아가는 구조다.
언어폭력 예방교육에서는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과 함께 ‘그렇다면 화가 나고 서운할 때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다루는 것도 필요하다. 감정을 무조건 참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것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언어폭력은 학생들의 일상적인 관계와 대화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교육 역시 실제 생활과 연결될 필요가 있다. 친구와 생각이 다를 때, 기분이 상했을 때, 자신의 부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어떻게 말하고 듣는지를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연습해보는 이유다.
‘내 말하기 방식은 어떨까’는 언어폭력 예방을 단순히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것’의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자신의 언어 습관을 이해하고, 친구와 내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 차이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초점을 둔다.
언어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말을 삼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말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 것인지 배우는 것. 학생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돌아보고 더 나은 소통 방법을 직접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제안하는 언어폭력 예방교육의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