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물가 상승과 더불어 주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구독료가 연일 치솟는 가운데, 비용 부담을 덜고자 이른바 '계정 공유' 플랫폼을 찾았던 소비자들이 돌연 서비스 중단이라는 날벼락을 맞고 있다. 장기 이용권을 선결제하면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한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지만, 업체가 갑작스럽게 연락을 끊고 잠적하면서 금전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 공유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은 총 202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사례를 유형별로 꼼꼼히 분석해 보면, 사전에 약속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계약 변경 및 불이행'이 144건으로 전체의 71.3%를 차지하며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그 뒤를 이어 사이트 운영을 돌연 중단하거나 폐쇄한 뒤 연락이 두절되는 사태가 33건(16.3%), 정상적인 계약 취소나 환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25건(12.4%)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고 디지털 정보에 밝은 청년층의 타격이 가장 컸다. 전체 피해자 중 20대(69건)와 30대(83건)를 합친 비율이 75.3%에 육박하며 2030 세대에 피해가 집중된 양상을 보였다. 40대는 28건(13.9%), 50대는 15건(7.4%), 60대 이상은 7건(3.5%) 순으로 확인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129건(63.9%), 여성이 73건(36.1%)이었다. 이들이 결제한 수단을 살펴보면 현금(계좌이체 및 무통장입금) 결제가 175건(86.6%)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 사실상 사후 구제나 환불 조치가 매우 까다로운 상황이다. 평균 피해 금액은 약 7만 5,391원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형적인 서비스 구조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강력한 단속에서 비롯됐다. 계정 공유 업체들은 주로 해외에서 판매되는 '가족 요금제'에 국내 소비자의 구글 계정을 편법으로 등록시켜 주거나, 가상사설망(VPN)을 동원해 한국보다 요금이 저렴한 아시아 및 남미 국가의 서버로 우회 접속하여 가입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러나 최근 구글 본사 차원에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접근과 우회 결제를 서비스 약관 위반으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제재와 단속을 강화하면서, 관련 계정들이 줄줄이 정지되거나 차단되는 철퇴를 맞았다. 업체들은 "구글의 정책 강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무책임한 안내문만 누리집에 남긴 채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를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탈과 우회 결제 시도는 구글의 급격한 요금 인상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지난 2016년 12월 한국 시장에 월 8,690원의 구독료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후 꾸준히 가격을 올려왔다. 2020년 9월 10,450원으로 20.3% 인상한 데 이어, 2023년 12월에는 무려 14,900원으로 42.6%의 기습적인 대폭 인상을 단행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단 7건에 불과했던 관련 피해 상담은 요금 인상 직후인 2024년 229건으로 전년 대비 32.7배나 폭증했으며, 2025년에는 488건으로 다시 2.1배 급증하는 등 가격 저항에 부딪힌 소비자들이 저렴한 대안을 찾다 함정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단순히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것을 넘어, 플랫폼 사업자의 정책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는 구글 측에 현재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소비자 피해 실태를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한국 시장 내 요금제 다양화를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1인 요금제와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 등 제한적인 선택지만 존재한다. 반면,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는 동거 가족을 위한 가족 요금제와 학생 할인이 적용되는 학생 요금제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으며, 대만에서는 2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요금제까지 제공되고 있다. 12개월을 미리 결제하면 16.7%의 할인을 제공하는 연간 요금제 역시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연화 서울시 공정경제과장은 "TV 등 기존 미디어를 대체하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요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구독료를 아끼려던 소비자가 서비스 중단으로 오히려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피해상담을 지원하는 한편, 온라인 거래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소비자 피해 유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피해 예방과 소비자 보호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당장의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어 6개월에서 1년 치에 달하는 장기 이용료를 선결제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튜브 공식 가입 경로와 요금제를 꼼꼼히 확인하고, 부득이하게 계정 공유 업체를 이용할 경우에는 서비스 제공 방식과 중단 시 환불 조건, 사업자 정보 및 연락처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이미 피해를 입은 당사자라면 신속하게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누리집을 통해 전문적인 상담과 구제 지원 절차를 밟아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 구독료 인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일 수 있으나, 불합리한 요금 체계는 꼼수와 편법을 부추기고 결국 2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소비자의 주의와 더불어 플랫폼 기업의 책임감 있는 요금제 다양화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