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6학년 A군에게 좋아하는 운동에 대해 영어로 써 보라고 했다. A군은 잠시 고민하더니 공책에 한 문장을 적었다.
“I like soccer.”
그리고 연필을 내려놓았다. “조금 더 써 볼까?”라고 하자 A군은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A군이 영어 단어를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soccer, friend, school, weekend, fun 같은 익숙한 단어의 뜻은 알고 있었다. 간단한 문법 문제도 풀 수 있었다. 문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를 이용해 ‘다음 문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사례는 특정 학생의 실제 기록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영어 쓰기를 어려워하는 초등 고학년 학생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례다.
“더 길게 써” 대신 “누구와 해?”라고 물었다
A군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단어를 외우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표현을 꺼내 문장으로 만드는 연습이었다. A군이 쓴 “I like soccer.” 문장을 보고 질문을 던졌다.
“축구는 누구와 해?”
“친구들이랑요.”
“그럼 ‘친구들과 함께’는 영어로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A군은 잠시 생각했지만 답하지 못했다. 이때 완성된 문장을 알려주는 대신 ‘with my friends’라는 표현만 힌트로 줬다. 그러자 A군이 두 번째 문장을 만들었다.
“I play soccer with my friends.”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언제 해?”
“학교 끝나고요.”
after school이라는 표현을 알려주자 문장이 다시 달라졌다.
“I play soccer with my friends after school.”
처음부터 긴 문장을 쓰라고 했다면 어려워했을 A군이 질문에는 비교적 쉽게 답했다. 영어 실력이 갑자기 높아진 것이 아니었다. ‘무엇을 더 써야 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When·Where·Who·Why가 문장의 재료가 됐다
영어 쓰기가 어려운 학생에게 “자유롭게 써 봐”라는 말은 생각보다 어려운 주문이다. A군에게는 대신 네 가지 질문을 활용했다.
When? 언제?
Where? 어디에서?
Who with? 누구와?
Why? 왜?
모든 질문에 답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이 답하기 쉬운 질문부터 골랐다. A군이 “I like soccer.”라고 쓰면 “Why?”라고 물었다.
“재미있으니까요.”
그러면 필요한 단어를 활용해 다음 문장을 만들었다.
“I like soccer because it is fun.”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교사가 문장을 대신 만들어 주지 않는 것이다. 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기다리고, 막히는 단어나 표현만 힌트로 제공한다. 영어 문장 쓰기 코칭은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영어 문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는 과정에 가깝다.
“because는 왜 쓰는 거예요?”에서 “이유를 붙이는 말”로
A군에게 and, but, because, so를 지도할 때도 문법 용어부터 설명하지 않았다.
“이유를 말하고 싶을 때는?” because.
“이야기를 하나 더 붙이고 싶을 때는?” and.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but.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말하고 싶을 때는?” so.
A군은 접속사의 이름보다 ‘언제 사용하는 말인지’를 먼저 익혔다. 그러자 “I like soccer.” 라고 쓴 문장이 달라졌다.
“I like soccer because it is fun.”
“I like soccer, and I play it with my friends.”
이렇게 접속사는 자신의 생각을 한 단계 더 설명하는 도구가 되어 갔다.
한 문장이 세 문장이 되자 표정이 달라졌다
어느 날에는 A군에게 새로운 주제를 제시했다. ‘나의 주말’에 대해 세 문장을 써 보는 활동이었다. A군이 첫 문장을 적었다.
“I watched a movie last weekend.”
두 번째 문장을 위해 물었다.
“누구와 봤어?”
A군은 잠시 생각한 뒤 문장을 이어 썼다.
“I watched it with my family.”
마지막으로 물었다.
“영화는 어땠어?”
“It was funny and exciting.”
처음에는 “I like soccer.” 한 문장에서 멈췄던 A군이 이제는 새로운 주제에서도 질문을 따라 세 문장을 완성했다. 이 경험은 중요하다.
영어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에게 처음부터 “다섯 문장 써”, “한 문단 완성해”라고 요구하면 과제의 크기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가장 쉬운 한 문장에서 시작해 “누구와?”, “언제?”, “어땠어?”처럼 답하기 쉬운 질문을 하나씩 더하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가 수월해진다. 아이에게 과제의 의미가 ‘긴 글을 써야 한다’에서 ‘한 문장만 더 만들어 보자’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장보다 먼저 생각을 넓혀라
A군의 변화는 영어 단어나 문법 지식이 갑자기 늘어서 생긴 것이 아니었다. 달라진 것은 한 문장을 쓴 뒤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방법이었다.
“I like soccer.”에서 멈췄던 A군에게 “더 길게 써 봐” 대신 “누구와 해?”, “언제 해?”, “왜 좋아해?”라고 물었다. 질문에 하나씩 답하면서 생각은 문장의 재료가 됐고, 한 문장은 자연스럽게 다음 문장으로 이어졌다.
영어 문장 쓰기 코칭의 핵심은 아이보다 먼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꺼내 스스로 다음 문장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곁에서 방향을 잡아 주는 데 있다.
다음 연재에서는 이를 하루 15분 ‘1문장→3문장→5문장’ 영어 쓰기 루틴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