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한테 양보해야지.”
“친구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아이들이 형제자매나 친구와 갈등을 빚을 때 부모가 흔히 하는 말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배려해야지”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아이에게 배려하는 힘이 생길 수 있을까?
배려는 단순히 자신의 것을 양보하거나 상대에게 착하게 행동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도 나와 마찬가지로 생각과 감정,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배려를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양보해야 한다’는 행동의 정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함께 살펴보고, 서로 다른 요구가 부딪혔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 보는 경험이 중요할 수 있다.
배려를 배우는 데 왜 공감이 필요할까
배려와 공감의 중요성은 현행 인성교육 관련 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행 「인성교육진흥법」 제2조는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
같은 조는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을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덕목으로 제시한다. 또 이러한 가치·덕목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소통하는 의사소통능력, 갈등해결능력 등이 통합된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배려를 하나의 덕목으로 아는 것뿐 아니라 실제 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펴보고 소통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까지 함께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셈이다.
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려하는 행동을 선택하려면 먼저 상대에게도 자신과 다른 감정과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공감은 배려를 행동으로 옮기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공감한다고 해서 상대의 생각에 무조건 동의하거나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 사람에게는 어떤 마음과 이유가 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감은 상대에게 맞춰주는 행동이라기보다 자신의 관점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사람의 관점도 살펴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네가 언니니까 양보해” 그게 배려일까
부모가 아이에게 배려를 가르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배려를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상대에게 양보하는 것’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형제자매가 하나의 물건을 두고 다퉜다고 가정해 보자.
“네가 언니니까 양보해.”
“동생이니까 좀 참아.”
부모 입장에서는 갈등을 빠르게 끝낼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보다 상대의 요구를 먼저 받아들이고 참는 것을 배려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이때 바로 양보를 요구하기보다 먼저 두 아이의 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너도 지금 이걸 사용하고 싶었구나.”
“동생도 기다리다가 속상했나 봐.”
그리고 질문을 하나 더해볼 수 있다.
“둘 다 사용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누구의 감정이 더 옳은지를 먼저 결정하는 대신 두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마음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에서 아이가 배우는 배려는 ‘내 것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상대 역시 원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서로의 입장을 고려해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듯 배려를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함께 살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일에 가깝다.
‘착한 아이’보다 나와 남을 함께 배려하는 아이
배려교육이 자칫 ‘착한 아이 만들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계속 억누르는 것이 배려의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과 경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싫어요.”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나빠요.”
“내 물건을 사용할 때는 먼저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감정과 경계를 상대가 알 수 있도록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 역시 관계에서 필요한 능력이다.

반대로 친구가 “싫어”, “그만해”라고 말했을 때 그 의사를 존중하고 행동을 멈추는 것도 배려다. 건강한 배려는 어느 한쪽이 계속 참고 양보하는 관계라기보다 나의 마음과 경계를 존중하면서 상대의 마음과 경계도 함께 생각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친구 관계뿐 아니라 학교폭력 예방이나 디지털 공간에서의 소통에서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허락 없이 공유하지 않는 것, 단체 대화방에서 상대가 불편해하는 말을 반복하지 않는 것, 장난이라도 상대가 “그만해”라고 말하면 멈추는 것 역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배려다.
배려는 ‘나를 포기하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배려는 가르칠 수 있을까? 단순히 “배려해야지”, “양보해야지”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배려를 배우는 과정에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상대에게도 나와 다른 마음과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양보라는 답을 바로 제시하기보다 “너는 어떤 마음이었어?”, “상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라고 질문해야 하는 이유다.
배려는 자신의 마음을 없애거나 포기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마음을 존중하면서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또 다른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실제로 친구와 갈등을 겪었을 때 부모는 무엇을 먼저 물어야 할까? 부모가 일상에서 보여주는 말과 행동은 아이가 배려를 배우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
2회에서는 ‘누가 잘못했어?’보다 먼저 건넬 수 있는 부모의 질문과 가정의 일상에서 배려를 경험하게 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